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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풍경 기행
소양강 내린 물이 삼악산 감고 돌아 본문
초겨울이 시작된 12월 4일 춘천 삼악산 등정에 나섰다. 등산 기점은 두 군데다. 등선폭포를 타고 올라가는 길이 있고, 의암댐 옆의 주차장 매표소에서 상원사로 곧장 올라가는 길이 있다. 우리는 등선폭포 가는 코스를 잡았다. 코로나 19로 인해 입구에서 인적 사항을 적고 체온을 체크한다. 평일이라 등산객이 많지 않아 다행이었다.
삼악산은 나에게 오래된 추억의 앨범을 꺼낸 듯 낯설지 않은 새로움으로 각인된다. 군입대를 앞둔 이십대 청춘 시절, 지인들과 함께 송별주를 마시기 위해 찾았던 곳이다. 그때는 의암댐에서 상원사 방향으로 올라갔다. 가파란 절벽길을 올라가면 삼악산장이 있었다. 그때는 식사와 음료를 할 수 있고 숙박도 가능했다.
산장 옥상에서 바라본 소양강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소양댐 위로 난 길을 건너가면 도로변에 김유정 문인비가 있었다. 이 길이 70년대 서울과 춘천을 잇는 국도였다. 김유정은 한국 문단에서 독특한 자리매김을 하는 작가다.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갔고 작가는 이제 하늘의 별이 되었다. 북한강 푸른 강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흐로고 있었다.
젊은 날의 패기를 술로 채우고 우리는 숱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한밤중에 바람을 씌기 위해 방에서 나와 바라본 밤하늘은 별들의 천국이었다. 별빛이 푸른 강물을 신비스럽게 비춰주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논산훈련소에서 소양강의 그 푸른 물결을 생각하며 언제 다시 가보나 하는 상념에 잠겼다. 사십년 만에 다시 가보게 된 것이 오늘이다.
그런 추억을 새김질하며 등선폭포를 향해 발을 내딛었다. 계곡 물이 아직 마르지 않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가을에 쓰는 문장은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秋水文章不染塵)는 시 구절이 떠오른다. 가을 물이 오염되지 않듯 생각도 티끌에 물들지 않아야 한다. 그런 경지를 맛보기 위해 산에 오른다.
등선폭포 코스는 한여름 산행으로 그저그만이다. 계곡의 물소리가 세속의 때를 벗게 하고 머리를 쇄락하게 한다. 계곡산행의 별미다. 철계단, 돌계단, 데크계단을 오르다보면 정상에 도달한다. 정상은 뽀쪽뽀족한 바위 투성이라 제대로 서 있기가 불편하다. 한쪽 귀퉁이에 서서 바라본 소양강은 옅은 안개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다. 여기서 상원사 방향으로 하산하면 의암댐 입구가 나온다.
산 정상은 특 터여 있어야 조망권이 확보되고 속이 후련해진다. 삼악산이 인기 있는 이유다. 우리는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왔다. 차를 몰아 남춘천역 부근의 맛집으로 찾아갔다. '풍물감자옹심이'(033-241-1192) 식당이다. 칼국수와 옹심이, 만두, 수수부꾸미, 전병 등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등산 후의 출출한 뱃속을 꽉 채워주니 포만감이 삶의 만족감으로 이어진다. 이만하면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