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풍경 기행

삼국지 인물기행/제갈공명9 본문

역사기행

삼국지 인물기행/제갈공명9

차이나리 2018. 3. 30. 19:44

삼국지 인물기행/제갈공명9 편이 이어집니다

 

제갈공명 출사표

 

"그대의 말이 옳소"

드디어 오나라와 촉한의 화친이 성립되었다. 서기 224년, 손권은 장온을 촉한으로 파견하여 국서를 봉정했다. 공식적인 축하연 자리에서 제갈공명은 진복을 장온에게 소개했다. 장온의 내방에 대하여 공명은 답례사절로 등지를 파견했다. 손권과 등지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만약 천하가 태평해지고 오촉의 두 주인이 정치를 한다고 하면 그 얼마나 즐거운 일이겠소"

등지가 대답했다.

"하늘에는 두 개의 해가 없다고 하나이다. 위나라를 통합한 다음의 일은,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대왕이라고 해서 천명을 받으신 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사옵니다. 주군들께서 각기 그 덕을 쌓으시고 저희 신하들은 각기 충성을 한 다음, 무기를 들고 전쟁을 시작할 뿐이옵니다."

 

그로부터 휠씬 후, 손권이 공명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고 한다.

"귀국의 외교관 중에서 정굉은 말을 꾸미며 경박합니다. 음화는 진실성이 없고요. 두 나라를 화합시킬 사람은 드지 뿐입니다."

 

225년, 제갈공명은 군사를 이끌고 서남이의 본거지에 공격을 가했다. 서남이의 땅은 지하자원이 풍부하며 미얀마 인도 방면의 무역로에 해당하여 옥류, 금직물 등 진귀한 산물이 들어오는 곳이다. 이 땅을 방치해두면 오나라가 배후에서 촉한을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이 싸움은 공명이 총대장이 되어 싸우는 첫번째 싸움이다. 촉한의 수뇌부는 서남이에게 여섯 차례나 항복하기를 권했다.

 

옹개는 무에도 뛰어나고 인망이 있는 맹획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관에서 가슴털이 검은 오구 3백 마리, 여뇌 30개, 단목 3천매를 요구하고 있소. 그대들은 이처럼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으시오"

 

제갈공명의 남정에는 마충, 이회, 장의 등 부장들이 따라갔다. 마양의 동생인 마속도 참모로 수행했다. 공명은 출발에 앞서 마속에게 물었다.

"그대와는 남방정벌에 대하여 몇 년 동안 상담해 왔는데 지혜가 있으면 말해주게"

마속이 대답했다.

"무릇 전쟁을 함에 있어 상대방의 마음을 공략하는 것이 상책이며, 성을 공격하는 것은 하책입니다. 마음으로 싸우는 것이 으뜸이요, 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그들을 심복시키도록 하십시오."

 

여러 차례의 격전이 되풀이 된 끝에 제갈공명은 비수에 군단을 정착시키고 일거에 격멸시키려고 생각했다. 그 사이에 주모자인 옹개가 암살당하고 맹획이 지휘권을 잡았다. 제갈공명은 여수를 건너 적의 본진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는 '적장인 맹획을 생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맹획이 공명 앞에 끌려나오자 그에게 물었다.

 

"우리가 친 진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러자 맹획이 대답했다.

"이 정도라면 우리가 쉽게 이길 수 있습니다."

제갈공명은 맹획을 풀어주었다. 이렇게 해서 맹획은 일곱번이나 붙잡혔다가 풀려났다. 맹획이 다시 붙잡혀 왔을 때는 공명은 그를 용서해주려고 했다. 맹획은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대감께서는 신과 같은 위력을 가지신 분입니다. 이제 두번 다시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렇게 해서 싸움이 일단락되자 행정구역을 개편하고 이회를 최고책임자로 임명했다. 맹획도 그대로 관리에 임용하고 군대에 편입시켰다. 한인이 관리와 군대는 모두 철수시켰다.

 

남방의 평정을 끝낸 가을, 제갈공명은 성도로 개선했다. 남방에서는 물자가 줄을 이어 올라왔다. 북벌 준비는 착착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북벌

제갈공명은 출진한 이후 이엄에게 후사를 위임하려고 생각했다. 이엄이 북정을 앞두고 있는 어느날, 공명에게 말했다.  

"구석을 받으시고 칭왕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구석이란 천자가 대신을 우대할 목적으로 하사하는 거마, 의복, 악기, 궁시, 의장병 등 아홉 종류의 특전이다. 유비가 임종할 때 상황을 알고 있던 이엄은 공명에게 천자가 될 것을 암암리에 권했다. 이에 공명은

 

"나는 본래 동방의 보잘 것 없는 사나이였소. 그런데 선제께서 나를 채용해 주시었고 인신으로는 극의 자리에 올리렸으며 녹도 백억이나 받은 신분이 되었구려. 지금 적을 토벌하는 중이나 아직 성과를 보지 못해 선제의 은혜에 보답을 못하고 있소이다. 하는 일 없이 자신을 귀하게 하는 것은 도에 어긋나는 일이외다. "

 

이 해에 위나라에서는 조비가 죽고 그 아들인 조예가 즉위했다. 이 조예가 위나라 3대 명제다. 이 사건은 촉한이 위나라를 치는 계기가 된다. 제갈공명은 후주 유선에게 출사표을 올렸다. 그리고 스스로 군사를 이끌고 출정했다. 그 문장은 천하의 명문으로 칭해진다.

 

제갈공명이 출사표를 올리자 유선은 조서를 내리어 그를 격려했다. 이 출사표에 대한 후세의 평가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표를 절찬하지 않은 것은 없다. 또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에 모두 공명할 것으로 생각된다. 흔히 글은 그 사람 자신이라고 말하는데 출사표 만큼 제갈공명이란 인간을 그대로 나타낸 것도 없을 것이다.

출사표

<신 양은 아뢰옵니다. 선제께서는 창업을 반도 못이루시고 중도에 돌아가셧나이다. 지금 천하는 셋으로 나뉘어져 있고, 익주는 피폐해졌으니 이때야말로 진정 존망이 달린 위급한 때입니다. 하오나 폐하를 모시며 호위하는 신하들이 궁중에서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충성스런 장수들이 조정 밖에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 것은, 선제의 특별하신 대우를 추억하며 폐하께 보답하려 들기 때문입니다.

진실로 페하께서는 견문을 넓히시어 선제께서 남기신 덕망을 빛내시고 뜻있는 인사들의 기개를 넓히셔야 하옵니다. 공연히 폐하 스스로 변변치 못하다고 여기시며, 사리에 맞지 않는 비유를 들어 출간의 길을 막으시면 아니외옵니다. 궁중과 부중이 모두 한몸이 되어 , 잘한 자에게는 상을 주고, 잘못한 자에게는 벌을 주는 데 있어, 차별이 있어서는 아니됩니다.

만약에 간사한 짓을 하거나 범법행위를 한 사람이 있다든지, 충성스럽고 착한 사람이 있으면 관리에게 넘겨주시되, 상벌을 논정하시어, 폐하의 공평하고도 밝은 다스림으로 밝게 드러내셔야지, 사사로움에 치우쳐 안팎으로 법도가 다르면 아니 되옵니다.

시중인 곽유지와 비위, 시랑인 동윤 등은 모두 선량하고 착실하며 그 마음이 충직하고 순정하나이다. 이들은 선제께오서 선발하시어 폐하께 남겨주신 신하들입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궁중의 일이라면 크고 작은 일을 막론하고 모두 그들에게 자문을 구하신 연후에 시행하시면 반드시 모자란 점을 보충받으시어 널리 유익한 점이 있으실 것입니다.

장군 상총은 성품과 행동이 훌륭하고 공평하며 군사에 밝아서 선제께서 옛날 한 번 써보시고 훌륭하다고 칭찬하시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여럿이 의논해서 상총을 사령관으로 임명했었던 것이지요. 신의 생각으로는 진중의 일은 크고 작은 일을 막론하고 모두 그들에게 자문을 구하시면 반드시 진중이 화목하고, 우수한 사람과 열등한 사람을 적절한 곳에 배치하실 수 있으실 것이니이다.

 

어진 신하를 가까이 하고 소인배를 멀리한 것이, 바로 전한이 홍성한 이유이오며 소인배를 가까이 하고 어진 신하를 멀리한 것이 바로 후한이 멸망한 이유입니다. 선제께오서 생전에 매번 신와 이런 일들은 의논하면서 환제와 영제 때의 일로 인하여 탄식하고 통한하지 안은 적이 없었나이다.

 

신은 원래 평민으로남양에서 몸소 밭을 갈며 난세에 구차하게나마 생명을 보전하면서 살았사오며, 제후에게 나아가 명성이나 벼슬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하온데 선제께서는 신을 미천하다 여기지 아니하시고 송구스럽게도 세 번씩이나 누추한 움막으로 몸소 왕림하시어 신을 찾으시었고 당시의 일을 자문하시었습니다.

 

이런 일로 인하여 신은 감격했사오며 선제께 부진런히 일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패전한 때에 임무를 맡고 위급한 때에 명을 받은 지 어언 21년이 지났나이다.

 

선제께서는 신을 신중한 사람으로 여기시어 임종하실 때에 큰일을 신에게 맡기셨사옵니다. 명을 받든 이후로 밤낮으로 근심하였으나 부탁하신 일을 이루지 못해서 선제의 밝으신 덕을 손상시켜드리는 것이 아닌가 두려웠나이다. 그러므로 5월에 여수를 건너 불모의 땅에 깊이 쳐들어가서 이제 남방은 이미 평정되었고 군단과 무기도 이미 풍족해졌으니, 마땅히 삼군을 거느리고 북쪽의 중원을 평정하겠나이다.

 

신이 원하는 것은 아둔하나마, 신의 힘을 다하여 간흉을 물리치고 한왕실을 부흥시키어 옛 도읍으로 돌아가는 일이옵니다. 이렇게 하는 길이야말로 신이 선제의 은혜에 보답하고 폐하께 충성을 다하는 직분일 것으로 생각하이다. 그리고 손익을 살피어 충언을 올리는 것은 곽유지, 비위 동윤 등의 책임일 것이옵니다.

 

바라옵건대 폐하께서은 신에게 적을 토벌하여 한왕실을 부흥시킬 수 있는 공적을 맡겨 주시옵소서. 공적을 이루지 못하면 신의 죄를 다스리시어 선제의 영전에 고하시오서. 곽유지 비위 등에게 잘못이 있을 경우에는 꾸짖으시어 그 태만함을 드러내이소오서. 그리고 폐하께서도 몸소 마음을 쓰셔서 선도를 자문하시고 바른 말을 받아들이시어 선제의 유명을 깊이 추종하시오서서.

 

신은 선제로부터 받은 은혜를 감당하지 못하여 이제 멀리 떠나감에 있어 표를 대하고 보니 감격의 눈물이 흘러 무어라 말씀을 드러야 할는지 모르겠나이다.">

Comments